1. 핀란드,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으로 돌리는 나라
안녕하세요 난홍이입니다.
슬기로운 지속가능성 생활, 28번째 이야기로 핀란드이어가 보겠습니다.
핀란드는 자연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나라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숲, 투명한 호수, 맑은 공기는 이 나라가 자랑하는 풍경이지만, 그 풍경을 지키기 위해 핀란드가 해 온 노력은 풍경보다 더 깊고 단단합니다.
그 핵심에는 바로 ‘쓰레기를 자원으로 되돌리는 문화’, 즉 순환경제에 대한 신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핀란드는 단지 분리수거를 잘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이 나라는 쓰레기를 아예 만들지 않으려 하고, 불가피하게 생긴 쓰레기는 끝까지 다시 쓰기 위한 기술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그것을 실천하는 시민의 의식을 길러내는 교육까지 함께 움직이고 있습니다.
가정에서는 아이들도 음식물 쓰레기와 포장 플라스틱을 구분해 버리는 것이 익숙하고, 마트에서는 빈 플라스틱 병을 리사이클링 기계에 넣으면 자동으로 보증금이 환급됩니다. 핀란드는 현재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고효율 폐기물 처리국가로, 전 국민이 분리배출을 생활화하고 있으며,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실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핀란드가 어떻게 플라스틱과 쓰레기 문제에 대처하고 있는지, 그 속에 담긴 정책과 기술,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따라가 보려 합니다.
2. 분리배출=기본, 재활용=문화
핀란드에서는 대부분의 가정이 5~6개의 쓰레기통을 갖추고 생활하며, 기본적인 분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 바이오폐기물 (음식물 쓰레기)
- 종이
- 종이 포장재
- 플라스틱 포장재
- 유리 및 금속
- 일반 쓰레기(혼합 폐기물)
이외에도 지역마다 배터리, 의약품, 전자 폐기물, 섬유 등을 별도로 수거하는 특수 분리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전국 평균 재활용률은 43~47%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핀란드의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에는 대형 수거함이 설치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분리배출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3. 플라스틱 보증금 환급 제도(Pantti) & 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한 전략
핀란드가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있어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보증금 환급 제도(Pantti)입니다.
이 제도는 음료 병과 캔에 소액의 보증금을 부과하고, 소비자가 이를 반납할 경우 환급하는 시스템으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 플라스틱 병, 알루미늄 캔, 유리병 구매 시 10~40센트의 보증금이 추가됩니다.
- 사용 후, 전국 슈퍼마켓이나 리사이클링 스테이션에 설치된 리버스 벤딩 머신에 병을 반납하면, 보증금이 자동 환급됩니다.
- 핀란드는 이 제도를 통해 PET병과 캔의 회수율을 90%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Pantti 시스템은 재활용을 자연스러운 소비 행위로 만드는 데 성공했으며, EU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핀란드는 2021년부터 2030년까지 '플라스틱 로드맵'을 수립하여 플라스틱 감축과 재활용률 제고를 위한 국가 전략을 실행 중이며 그 중심 내용을 살펴보자면,
- 플라스틱 포장재의 재활용률 50% 이상 달성
- 모든 포장재의 재활용 가능 재질로의 전환 유도
- 재활용 플라스틱의 산업적 재사용 확대
- 재활용 불가능한 복합소재 사용 최소화
- 플라스틱 사용 감축을 위한 시민 캠페인 확대
이 전략은 순환경제를 중심으로 플라스틱 사용 전 과정에 개입하고 있으며, 기업에게는 친환경 설계를 권장하고, 소비자에게는 정확한 분리배출을 유도하는 다층적 접근 방식입니다.
4. 재활용과 에너지화
재활용뿐 아니라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시스템(Waste-to-Energy)을 매우 효율적으로 운영합니다.
- Vantaa 에너지 플랜트와 같은 대형 시설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일반 혼합 폐기물을 고온 소각하여 전기와 난방 열원으로 변환합니다.
- 발생한 열은 지역 난방 시스템(district heating)으로 전달되어, 도시 전체의 난방 에너지로 활용됩니다.
- 이 과정을 통해 핀란드는 폐기물 매립률을 1% 이하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재활용과 에너지화를 균형 있게 운영하는 방식은 환경 부담을 줄이면서도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스마트한 자원 관리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5. 시민의식과 교육이 만든 변화
핀란드는 유치원부터 시작하는 환경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원순환의 중요성을 교육합니다.
학교에서는 쓰레기의 분류, 플라스틱의 환경적 영향, 재활용의 가치에 대해 체계적으로 가르치며, 지역 도서관, 커뮤니티 센터 등에서도 정기적인 환경 워크숍이 열립니다.
- 재사용 가게(Re-use Centre)에서는 중고품 판매와 함께 자원순환 워크숍 운영
- Repair Cafe에서는 고장 난 전자기기를 함께 수리하며 폐기물 감축 실천
- 시민이 분리배출을 정확히 할수록 쓰레기 수수료가 줄어드는 종량제 요금제도도 정착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자율적이고 실천적인 시민문화가 핀란드의 높은 재활용률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6. 핀란드를 마무리하며
핀란드는 쓰레기를 그냥 '버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줄이고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나라입니다.
정책과 기술, 시민의식이 조화를 이루며, 플라스틱이라는 거대한 환경 과제를 기회와 자원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플라스틱을 '쓸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대입니다.
핀란드의 조용하지만 강력한 실천은, 우리에게도 지속 가능성을 향한 실질적인 길을 보여줍니다.
우리 역시 ‘순환의 삶’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작은 실천 하나가, 더 나은 내일을 바꿀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