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난홍이입니다.
우리는 매일같이 무언가를 쓰고, 버리며 살아갑니다.
일회용 컵 하나, 장을 보고 난 뒤 남은 플라스틱 포장지, 택배 상자의 스티로폼까지......
이 모든 것들은 사용 후 무심코 쓰레기통에 들어가지만, 그 여정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이 쓰레기들의 다음 행방을 고민하고, 더 나은 자원 순환의 방법을 설계하며, 작은 것부터 바꾸어 나가고 있습니다.
그 중 한 나라가 있습니다. 넓은 대지와 풍부한 자연을 지닌 호주입니다.
호주는 오랫동안 풍요로운 환경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국가지만, 동시에 급증하는 도시 쓰레기,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직면하면서 재활용과 순환경제 전환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2018년 중국의 재활용 쓰레기 수입 금지 이후, 호주는 자국 내 처리 시스템을 다시 정비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보다 근본적인 변화의 필요성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호주는 더 이상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아닌, ‘되살리는 것’으로 접근합니다.
재활용 가능한 자원을 선별해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생산자에게 책임을 묻는 구조를 구축해가고 있습니다. 또한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보상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생활 속 실천과 정책이 함께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호주가 어떻게 쓰레기 문제에 대응하고, 플라스틱 재활용을 제도와 기술, 그리고 시민의 문화로 정착시키고 있는지를 살펴보려 합니다. 작은 변화가 큰 전환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우리도 함께 이 순환의 흐름에 귀 기울여보면 어떨까요?
지금부터, 호주에서 시작된 변화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1. 호주, 1인당 폐기물 발생량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호주는 대륙 전체를 아우르는 넓은 국토와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국가이지만, 동시에 1인당 쓰레기 발생량이 세계 최고 수준에 해당합니다. 그동안 자국 내 재활용 기반보다는 해외 수출에 의존해 왔으나, 2018년 중국이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금지하면서 위기를 맞이하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호주는 폐기물 정책 전반을 재정비하고, 순환경제 전환 및 플라스틱 재활용 강화 전략을 본격화하였습니다.
2. 호주의 쓰레기 분리배출 시스템
각 주(State) 및 지방자치단체(Local Council)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색상 분류 체계를 따릅니다.
- 노란색 뚜껑: 재활용품 (플라스틱 병, 종이, 유리병, 금속 캔 등)
- 빨간색 뚜껑: 일반 생활 쓰레기
- 초록색 뚜껑: 음식물 쓰레기 및 정원 폐기물
- 보라색 뚜껑 (일부 지역): 유리병 전용 수거함
이외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파란색 빈(종이 전용), 갈색 빈(정원 쓰레기 전용)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거 주기는 일반적으로 재활용품은 격주, 일반 쓰레기는 주 1회, 음식물 및 유기 폐기물은 주 1~2회입니다.
호주는 전국적으로 재활용 교육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며, 시민이 올바른 분리배출을 할 수 있도록 온라인 가이드와 모바일 앱을 제공합니다.
3. 플라스틱 재활용 정책
- 3-1. 플라스틱 수입·생산 제한
호주는 2021년부터 재활용 불가능한 플라스틱 폐기물의 수출을 단계적으로 금지하였으며, 동시에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국내 사용도 점진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 플라스틱 빨대, 포크, 나이프, 접시, 스티러 등은 대부분의 주에서 이미 금지되었거나 금지 예정입니다.
- 2025년까지 모든 포장재는 재사용 가능하거나 재활용 가능해야 하며, 70% 이상은 실제 재활용되도록 하는 목표가 설정되어 있습니다.
- 3-2.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호주는 ‘Australian Packaging Covenant Organization (APCO)’를 중심으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포장재를 생산하거나 유통하는 기업은 재활용 가능한 설계, 재생원료 사용 확대, 수거체계 연계 등 환경적 책임을 지며, 이에 따라 인증을 받게 됩니다.
4. 기술 및 보증금 반환 제도 (Container Deposit Scheme, CDS)
호주는 플라스틱 및 폐기물 재활용을 위한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입니다.
화학적 재활용 시설: 소량 또는 오염된 플라스틱을 원료 수준으로 분해하여 재활용하는 시설이 가동 중입니다.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기업: 예를 들어 ‘Plastic Forests’, ‘Replas’ 등은 폐비닐과 플라스틱을 활용하여 벤치, 울타리, 바닥재 등 산업용 제품으로 재탄생시키고 있습니다.
재활용 인프라 확장: 연방 정부는 10억 호주달러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재활용 처리 공장 현대화와 지역 자원회수시설(MRF) 확대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CDS
CDS는 플라스틱 병, 캔, 유리병 등 음료 용기에 대해 보증금을 지불하고, 빈 용기를 반환하면 환급해 주는 제도입니다.
- 현재 NSW, SA, QLD, WA, NT 등 대부분의 주에서 운영 중이며,
- 소비자는 빈 병 1개당 10센트의 보증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습니다.
- 수거는 리버스 벤딩 머신, 슈퍼마켓 수거소, 지역 커뮤니티 센터 등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CDS는 단순한 환급 시스템을 넘어서 자원순환과 시민 참여를 유도하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6. 시민 교육 & 호주의 숙제
호주는 ‘Recycling Right’, ‘Plastic Free July’, ‘Recycle Mate 앱’ 등 시민 참여형 캠페인을 통해 분리배출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자원순환 교육이 교과에 포함되어 있으며, 지역 커뮤니티센터에서는 분리배출 워크숍, 리페어 워크숍 등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지자체는 재활용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재활용 챌린지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의 실천을 격려하고 있습니다.
호주는 순환경제 전환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을 추진 중입니다:
- 재활용 인프라에 연방정부-지방정부 공동 투자 확대
- 재활용 소재 사용 제품에 대한 조달 우대 정책 확대
-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단계적 금지 (2022~2025)
- 해양플라스틱 유출 방지 협약 및 국제 공조 강화
그러나 과제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특히 플라스틱 폐기물 중 비재활용 복합재질 비율이 높고, 수익성 부족으로 인한 민간 리사이클 기업의 경영 부담이 지속되고 있으며, 지역 간 인프라 불균형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호주는 최근 몇 년 간 급변하는 국제 폐기물 처리 환경 속에서 단기 대응에서 중장기 전략 전환으로의 변화를 빠르게 추진해 왔습니다. 특히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해서는 생산-소비-처리 전 과정에서의 구조 개선을 시도하고 있으며, 순환경제라는 패러다임을 점차 제도와 시민 생활 속에 정착시키고 있습니다.
호주의 사례는 국토 규모나 경제 규모에 관계없이, 어떤 국가든지 자원순환을 실현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 도입과 사회적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