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난홍이입니다.
물건을 소비하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그 소비의 끝, 다시 말해 ‘버림’의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일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낯선 과제일지도 모릅니다. 대만은 이 낯선 과제를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도시 전체가 ‘어떻게 쓰레기를 덜 버리고, 잘 버릴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온 나라입니다. 오늘은 이웃국가 대만의 슬기로운 지속가능성 생활 12를 이어가보려고 합니다.
1. 대만, 아시아에서 가장 모범적인 재활용 국가
대만은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 국가로, 자원 순환과 폐기물 관리의 필요성이 일찍부터 강조되어 왔습니다.
1990년대 후반 심각한 쓰레기 대란을 겪은 이후, 대만은 정부 주도의 강력한 자원순환 정책을 도입하고, 시민 참여 중심의 재활용 문화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켰습니다. 대만은 제도를 고치고, 시민을 교육하고, 기업의 책임을 명확히 하며 변화를 시작했습니다.
쓰레기 종량제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단계적인 플라스틱 규제를 통해 2024년 현재 대만은 재활용률 약 52.5%, 생활 폐기물 감소율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아시아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대만이 어떻게 일상 속에서 재활용을 문화로 만들었는지, 어떤 정책과 기술, 시민 참여가 어우러져 지속가능한 사회를 이루어가고 있는지를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환경 문제는 거대하지만, 해결은 작고 성실한 습관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대만은 그 작은 습관을 사회 전체의 시스템으로 만든 나라입니다.
2. 대만의 독특한 쓰레기 분리배출 및 수거체계
대만의 폐기물 수거 시스템은 매우 독특하고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쓰레기는 돈을 내고, 재활용은 무료로라는 철학이 반영된 쓰레기 종량제와 분리수거 의무제입니다.
2-1. 쓰레기 종량제
- 모든 가정과 사업장은 정부 지정 쓰레기봉투(유료)를 사용해야 합니다.
- 일반 쓰레기를 규정 봉투 외에 배출할 경우 벌금이 부과됩니다.
- 쓰레기차는 음악을 틀며 정해진 시간대에 동네를 순회하고, 주민들은 직접 나와 쓰레기 및 재활용품을 배출합니다.
2-2. 분리수거 항목
- 플라스틱류 (페트병, 용기, 비닐류)
- 종이류 (신문지, 상자, 전단지 등)
- 금속류 (캔, 알루미늄, 철류)
- 유리병 (투명/유색 구분)
- 음식물 쓰레기 (수거 후 퇴비화 또는 사료화)
- 가전제품 및 대형 폐기물 (예약 후 별도 수거)
이처럼 대만은 분리배출 규칙이 매우 정교하며, 배출 오류가 발생할 경우 수거 거부 또는 경고 스티커 부착 등의 제재가 이루어집니다.
3. 플라스틱 재활용 정책
3-1.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EPR)
1998년 대만은 ‘자원재활용촉진법’을 제정하여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도입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 제품과 포장재 생산자는 제품 판매에 따라 정부 기금에 일정 수수료를 납부하며, 이 기금은 분리수거와 재활용 처리 비용으로 사용됩니다.
3-2.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
대만은 "2030년까지 모든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금지"한다는 목표 아래 다음과 같은 단계적 금지 조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 2019년: 공공기관, 학교, 병원에서 빨대 금지
- 2021년: 대형 유통점 내 비닐봉투 무상 제공 금지
- 2025년까지: 식음료 업계의 플라스틱 용기 사용 제한 확대
- 2030년: 일회용 플라스틱 컵, 수저, 포장재 전면 금지
이 외에도 다회용 컵 사용을 유도하는 보증금 환급 시스템도 시범 운영되고 있습니다.
4. 기술 & 산업 참여와 시민 환경교육
- 대만의 재활용 산업
대만의 재활용 산업은 정부 지원과 민간기업의 기술 혁신이 결합되어 성장하고 있습니다.
- 플라스틱을 고분자 단위로 분해하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 개발
-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도로포장, 건축자재 생산
- 업사이클링 브랜드(예: Miniwiz)는 플라스틱 병을 재료로 가방, 가구, 건축 마감재를 제작하여 국제적 주목을 받음
또한, 가정용 플라스틱 선별기기, 스마트 리사이클링 기계 등의 도입도 확산되고 있으며, AI 기반 선별 자동화 시스템도 시험 운용 중입니다.
- 시민 참여 & 환경 교육
대만 재활용의 가장 큰 성공 요소는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입니다.
- 쓰레기차가 동네를 돌며 음악을 틀면 주민들은 스스로 쓰레기를 들고 나와 배출합니다.
- 재활용 교육은 초등학교부터 정규 과목으로 포함되며, 각 지방정부는 주민 대상 분리배출 교육과 홍보 활동을 연중 실시합니다.
- 대만은 환경 자원 봉사자 시스템도 운영 중이며, 이들은 지역 내 분리배출 현장을 점검하고 주민의 재활용 참여를 돕습니다.
이처럼 사회 전체가 재활용을 ‘생활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대만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6. 글의 마무리: 대만의 도전과 과제
대만은 2030년까지 제로 플라스틱, 폐기물의 90% 재활용, 매립률 0%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 친환경 포장 개발 지원
- 재활용 산업 육성 및 해외 수출 확대
- 탄소 중립형 자원 순환 시스템 구축
- 대형마트 및 프랜차이즈 대상 플라스틱 감축 의무화
그러나, 일부 농촌지역의 인프라 부족, 재활용 품질 문제, 불법 투기 등의 과제도 여전히 존재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교육·법적 기반 정비가 함께 요구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만은 강력한 제도적 기반과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 그리고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아시아 최고 수준의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특히 플라스틱 문제에 있어 단순한 처리 중심이 아닌 예방-감축-재활용-재사용의 순환 구조를 명확히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이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